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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행숙전통주가> 최행숙 대표

백술닷컴

 

 

행인은 두 부류로 나뉘어요. 난 길을 따라 걷는 사람과 새 길을 내는 사람. 대개는 전자를 택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딛고 험지를 개척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고야 마는 이들도 있지요. 척박했던 전통주 시장에 ‘프리미엄 우리술’의 첫 씨앗을 뿌린 최행숙전통주가의 최행숙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술을 빚게 되셨나요?

 

남편이 인삼 농사를 지었어요. 그냥 작물만 가지고서는 될 게 아니니 내가 이걸로 가공품을 만들어 보려고 교육을 받았거든. 거기서 술 만드는 방법까지 우연찮게 배우게 됐는데, 폭 빠져버린 거예요. 술이 가진 향에 반해서. 그러다 2008년 즈음 파주에 양조 공간 ‘초리골미인’을 정식으로 차렸어요. 나름대로 열심을 다했지만 술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요. 조금 굴러간다 싶던 때에 폭우로 수해를 입어 시설이 싹 날아가버리는 우여곡절도 겪었고. 그 뒤에 동네를 옮기고 지금까지 쭉 술을 빚고 있어요.

 

 

 

제품 라벨 디자인이 대체로 세련됐어요. 직접 고안하셨나요?

 

미인탁주, 약주 라벨은 내가 술 빚기 강사 활동을 할 때 우리 클래스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해 준 디자인이에요. 수수보리 아카데미라고 양조 교육기관이 있거든 서대문에. 내가 1기로 교육을 받고 나중에 강사도 했단 말이지요. 거기서 연을 맺은 인원들이 브랜드 만드는 것부터 라벨 디자인까지 전부 도움을 줬어요. 텀블벅 모금 활동을 통해서요. 비 피해 때문에 날아간 기반을 다시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됐지요. 여하튼 미인탁주 약주 말고 아황주도 디자인이 굉장히 잘 나왔어요. 외국에서도 인정할 정도예요.

 


 

다양한 주류 행사가 요새 많이 열리고 있어요. 참가는 안 하시나요?

 

전에는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를 했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어요. 일이 워낙 바쁘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런 데 나갈 여건이 안돼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남편 건강이 안 좋아서 꼼짝도 못했고. 나도 지금 몸이 좋은 상태가 아니에요. 올 하반기에는 또 수출 건으로 일이 많이 밀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아마 앞으로도 박람회 같은 행사 참여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강의도 어쩌다 하는 특강 말고는 이제 힘에 부쳐서 정규 코스를 맡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미인 약주’와 ‘미인 탁주’는 어떤 술인가요?

 

미인 약주는 원래 직접 재배한 인삼을 넣고 만든 술이었어요. ‘미인’이라는 이름부터가 쌀이랑 인삼을 뜻하는 이름이었고. 지금은 인삼을 따로 넣지 않아 더 깔끔한 맛을 내요. 화이트와인보다 좋다면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줘요.
미인 탁주는 탄산이 거의 없는 산뜻한 막걸리예요. 특별한 발효 공법을 사용해서 오래 세워 놓아도 층이 분리되거나 지게미가 뭉치지 않아요. 국내 최초로 유리병에 담아 출시한 탁주 제품이기도 해요. 원래 막걸리는 페트병에만 담을 수 있었거든요. 폭발 위험이 있어서. 그런데 우리 거는 탄산이 거의 없어 흔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결국 허가를 받아 출시하게 됐지요.

 


 

주가의 또 다른 대표 제품인 ‘아황주’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아황주는 고문헌에 기록된 술을 정식으로 복원한 제품이에요. 와인을 대체할 만한 술로 만들자 해서, 산도를 적절히 맞춰 싱그럽고 유기산을 늘려 향이 풍부해요. 현대인 입맛에 맞도록 누룩취도 최대한 줄였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전통주하고는 특징이 많이 달라요. 그래선지 마니아층이 아주 확실하지요. 아황주 증류주도 내년 출시를 계획 중이에요. 증류주 중에 찹쌀을 재료로 사용하는 제품이 많지 않은데, 아황주 증류주는 이런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지요.

 


 

술을 빚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쌀 종자도 중요하지만 나는 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술 맛은 발효균에 따라 좌우가 돼요. 그래서 좋은 술이 만들어지면 잘 저장해 뒀다가 조금씩 새 술에 섞어 쓰는 방법을 쓰기도 하지요. 늘 품질 좋은 균이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외국에는 술 빚을 때 쓰는 발효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고 정립이 잘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누룩은 그렇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해외에 술을 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싱가폴이랑 뉴욕, 독일 등지에 수출을 할 예정이에요.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생산 물량이 안 돼서 아직 본격적으로는 못 내보내고 있어요. 일단은 소화 가능한 물량만 내보내고 내년에는 각지에 천 병 이상씩 내보내야지요. 이사 계획도 있어요. 내년 즈음에 파주 금촌 통일시장 내로 양조장을 옮길 거예요. 후계자로 양성중인 조카며느리 부부에게 계속해서 기술 전수도 하고 있고요.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양조가로서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우리술의 우수성이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나는 장사해서 돈 벌자고 술을 만들지 않아요. 우리 전통주는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을 술이에요. 와인이나 기타 비싼 외국 술만 식전주로 먹고 즐기고 하는데, 우리술도 멋진 면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외국인이 최근 적잖게 전통주를 찾는 것만 봐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물론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우리 고유의 술 맛을 사람들에게 전파한다는 재미로 하는 거예요. 이렇게라도 그 가치가 더 알려지면 좋은 일이니까요.

 

 

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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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류시인

    라벨이 진짜 이쁘네요 깔끔하고 눈이 막 가요 2022-12-05 16: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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