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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가제주바당> 임성환 대표

백술닷컴

 




 

국내 최대 메밀 산지가 제주도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제주 특산물은 생각보다 다양해요. 귤, 한라봉만이 아니에요. 메밀 뿐만 아니라 도라지, 심지어 키위까지 제주에서 나고 있어요.


술도가 제주바당은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산 작물로 술을 빚는 생산자예요.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로 모두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숨은 매력을 드러내지요. 다양성을 가진 술로 제주의 이국적 풍경을 담아내는, 술도가 제주바당 임성환 대표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제주에서 양조장을 운영하고 계신데, 원래 제주 출신이신가요?

 

원래 이곳 출신은 아니고요. 제주에 온 건 두 동생을 통해서예요. 여동생이 제주 사람이랑 결혼을 하면서 먼저 제주에 살게 됐거든요. 그러다 막내 남동생까지 제주로 건너가더니, 양조 기술을 배워서 둘이 양조장을 연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넘어와 합류하게 됐어요. 제가 태어난 곳이 이태원이고, 그곳의 자유로운 기운을 받아 이곳 저곳에 머물던 사람인지라 무리도 아니었지요. 지금은 제가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은 지 이제 5년 정도 되어가고 있네요.

 


 

제주바당 술에는 굉장히 맑고 강직한 기운이 있어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제가 삶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태도가 술에 녹아든 게 아닌가 해요. 원체 얇고 넓게 아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어서 도전을 많이 하며 살아왔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살다 보니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것보다 기본 원칙을 가지고 단순히 사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원칙이 양조철학이 되었고요. 그래서 보존제나 감미료를 안 넣는 술을 선호하게 되었지요. 실제로 저는 감미료 쓰는 법도 몰라요.

 


 

술이 굉장히 세밀하게 만들어진 작품처럼 느껴져요.

 

저는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저희 술은 복잡한 레시피 없이 세밀한 배합비만 있을 뿐이라고요. 술은 놔두면 알아서 되는 것이고, 저는 그저 관리만 하는 관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술을 만들 때 일반적인 발효시간보다 조금 더 오래 두는 편입니다. 원재료와 누룩, 효모가 충분히 잘 어우러지게끔요. 중간에 맛을 봤을 때 맛없게 느껴지면 과감하게 버리거나 시간을 더 투자하기도 해요. 특히 증류주만큼은 남들의 두세 배 이상 시간과 노력을 써서 만든다고 자부할 수 있지요.

 


 

일반 효모 외에 특별한 효모도 사용한다고 들었어요.

 

‘N9’이라는 순수 우리효모인데요. 일제시대에 맥이 끊긴 토종 효모를 살리기 위해 농촌진흥청 주도로 개발한 거예요. 술이 잘 되는 지역의 종균을 채취하고 연구하여 만들었다 해요. 효모를 만들고 나서 개발자인 최한석 박사님이 첫 시범 사업에 함께 할 양조장을 모집했는데, 저희가 재빨리 자원해서 발탁되었지요. 이렇게 출시된 술이 바로 ‘우리소주조합’의 가평소주, 강릉소주, 당진소주,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성산포소주예요.
이 지역소주 4종 모두 N9 효모를 넣어 만든 술인데요. 네 제품 모두 만드는 방식은 같지만, 각 지역의 쌀과 물로 술을 빚기 때문에 각각의 맛과 개성이 전부 다르다는 특징이 있어요. 민화 느낌의 라벨 디자인도 지역별로 조금씩 달라서 비교해서 보면 재밌는데요. 우리가 만드는 성산포소주에는 제주도 돌문어와 돼지가 그려져 있어요.

 

  

 

제주 특산물로 특색 있는 증류주를 만들고 있어요.
하나씩 설명 부탁 드려요.

 

우선 제주 메밀로 만든 40도 증류주인 ‘메밀이슬’이 있어요. 제주 메밀로 가공품을 만들어 파는 영농조합에서 메밀로 술을 좀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줘 개발한 제품이에요. 사실 제주도는 국내 최대 메밀산지인데요. 제주 메밀이 얼마나 맛있는지, 제주에서 메밀이 얼마나 많이 나는지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래서 제주 메밀의 우수함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 연구도 많이 했어요. 결과적으로 제주 메밀만의 고소함을 잘 살려낸 메밀이슬이 탄생하게 되었지요.
다음은 제주산 키위의 특성이 잘 녹아 있는 ‘키위술’인데요. 마찬가지로 40도 증류주예요. 이것도 메밀이슬과 사연은 비슷해요. 제주에 키위가 정말 많이 나는데, 아는 사람이 적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키위 생산 조합인 뉴질랜드 ‘제스프리(Zespri)’사의 북반구 생산지가 바로 제주도라니까요. 그만큼 키위 생산에 적합한 환경이에요. 곳곳에서 키위 하우스재배도 많이 하고 있고, 저는 이걸로 술을 만든 거지요.
마지막으로 ‘제주낭만’인데, 이 술은 도라지를 증류해 만든 40도 도라지술이에요. 최백호의 곡, <낭만에 대하여> 가사에 나오는 ‘도라지 위스키’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제주낭만에 들어가는 도라지는 제주 선흘이라는 동네에서 백도라지 명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가져와요. 제주 도라지는 사포닌이 고루 차있어서 아주 은은한 향을 내는 특징이 있어요. 이 은은함을 그대로 담은 술이 바로 제주낭만이지요.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제주바당카페’는 어떤 공간인가요?

 

제주바당 카페는 원래 동네 비료창고였는데요. 저희가 1년전에 생산시설이랑 시음공간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카페로 만들었어요. 요즘은 된장 만들기나 두부 만들기, 술 빚기 등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많이 활용하는데요. 기본적으로는 동네 분들이나 관광객들이 언제든 편하게 방문해서 술도 한잔 하는 커뮤니티예요. 일반 카페로 생각하고 커피 마시러 왔다가 술 잔뜩 마시고 돌아가는 관광객들도 꽤 많아요. 관광객 분들은 보통 저희 술을 가볍다고 좋아하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오히려 우리 술이 너무 세다면서 그냥 일반 초록병 소주를 사와서 드시고 가시는 ‘웃픈’ 장면도 종종 연출되는 곳이지요.

 


 

대표님의 추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17도 정도의 저도수 과실 증류주에 도전하고 있어요. 동네 게스트하우스에 샘플을 두고, 젊은 친구들한테 맛을 보여 주면서 의견을 계속 받아보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요. 한잔 주면 비우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하하. 그리고 우리가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라 공장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형편인데요. 앞으로 돈을 더욱 알차게 벌어 제주에 제대로 된 공장을 지었으면 좋겠어요. 성산포소주를 대량생산해서 희석식소주와 맞붙을 수 있을 정도로요.


마지막으로 백술닷컴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조금 덜 마시더라도 좋은 술을 마셔라!”

 

  

총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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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샷

    마지막 말... 맞는 말... 2023-05-24 12:23:11

  • 마이구미

    조금 덜 마시더라도 좋은 술을 마셔라 ㅋㅋㅋㅋㅋㅋ 2023-05-24 14:18:37

  • 마이구미

    조금 덜 마시더라도 좋은 술을 마셔라 ㅋㅋㅋㅋㅋㅋ 2023-05-24 14:18:41

  • 금요일

    썸네일 앞치마 귀여워욬ㅋㅋ 2023-06-09 12: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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