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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양조장> 김동교 대표

백술닷컴

 

  

‘최초’에는 여러 의미가 따라붙어요. 상징, 자격, 대표, 가치 등의 어휘와 자연스레 호응하고요. 90여년 전 문을 열어 처음으로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신평양조장만 봐도 그래요. 지역을 대표할 만한 상징성을 띠고 전통 가치를 지키며 현대와의 조화를 모색하는 곳으로 회자되니까요. 연잎주로 명인 칭호를 받은 2대 김용세 회장에 이어, 3대째 신평양조장을 지키고 있는 김동교 대표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찾아가는 양조장'에 가장 처음 선정된 생산자라고 들었어요.

 

2013년에 최초로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이 됐어요.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지요. 지금이야 한 해에 십여 군데 이상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처음엔 저희를 포함해 단 두 곳뿐이었으니까요. 이후 선정 기준은 매 해 달랐던 것으로 아는데, 최초에는 역사성에 주목했던 것 같아요. 우리 양조장이 오래되기도 했고, 제가 3대째 운영을 맡다 보니 이런 측면에서 인정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양조장 내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데요. 이용객은 많은가요?

 

딱히 홍보를 하지는 않았는데 알음알음 많이들 찾아와 주시더라고요. 홍보와 마케팅에 무작정 힘을 쏟기보다는 우리 양조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와 제품을 우선 잘 만들어 두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됐어요. 이후 외국인 방문객도 꾸준히 늘어났고요. 2019년 즈음에는 방문자 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흐름이 딱 끊겨버렸어요. 올 4월부터 체험 프로그램을 재개해서 사람들이 다시 많이 찾아오기는 하지만 외국인 방문자 수는 전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에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술을 빚나요?

 

전통에 뿌리를 두지만, 옛날 스타일에 머무르기보다 요즘 입맛에 잘 맞게 바꿔야 한다는 자세로 술을 만들고 있어요. 아버님(김용세 회장)께서도 같은 생각을 하시고요. 이런 측면에서 연잎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재료로 작용해요. 오래 전부터 술 빚는 데 쓰였고 동시에 텁텁할 수 있는 술 맛을 깔끔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거든요.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는 저희 술을 싱겁고 맹숭맹숭하다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계속해서 맥주 수준으로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맞는다고 생각해요.

 




3대째 양조업에 종사하고 계신데, 처음부터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이었나요?

 

처음에는 생각이 없었어요. 따로 직장도 다녔고요. 그러다 2008년, 2009년 즈음이었을까요. 막걸리 열풍이 한번 불었을 때 우리가 지역을 대표하는 오래된 양조장으로 새삼 주목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 시기 박람회에 나가서 시음 행사를 돕는데, 우리 양조장 술을 마시는 사람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할아버지 대부터 해오던 이 일에 새삼 자부심을 많이 느꼈어요. 철저히 사업성을 따져보면서 양조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하다 보니 조금씩 다른 구상을 하게 되어 강남역에 ‘셰막’같은 우리술 업장도 열게 됐지요.

 



  

셰막은 어떤 곳인가요?

 

서울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서 양조장 이름을 내걸고 운영 중인 전통주점이에요. 셰막이라는 이름은 '집'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 '셰(Chez)'와 막걸리를 합쳐 만들었어요. 막걸리 파는 집이라는 단순한 뜻이지요. 저희 제품은 물론이고, 제가 직접 큐레이션해서 들여 놓은 타사 막걸리와 맑은술, 증류주부터 일반 소주 맥주까지 전부 취급하고 있어요. 술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을 위한 막걸리 칵테일과 스무디도 있고요. 안주 메뉴 역시 다양해서 개개인의 입맛에 맞게 즐기기 좋은 공간이에요.

이제 막 전통주 업계에 뛰어든 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요.

 

다들 나름대로 잘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업계 관계자끼리 소통하는 단체 온라인 대화방이 있는데, 여기 갓 시작한 분들이 좀 있거든요. 모두들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정말 탁월한 분들도 많이 보이고요. 대체로 잘 하고 센스들이 있어요. 기존에 이런저런 자영업 하던 사람들이 대충 새로운 거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뛰어든 게 아니라, 젊은 층이 자기 특기를 잘 살려 확실한 콘텐츠를 갖고 시작한 경우가 많아서 크게 나무랄 게 없어요. 현재 시국이 시국인지라 환경이 좋지 않아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겠지만요.

 


 

새로운 계획이 있나요? 신제품 출시라든지.

 

청량한 캐릭터를 가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그 외에 증류주도 연구하고 있고요. 머지않아 신상품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운영 초기에는 외부 사업장에 신경을 많이 썼고 한동안은 체험 프로그램과 새 공장 설계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획과 제품 개발에 더욱 힘을 써 보려고요.

 


 

전통주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젊은 세대에 어필할 만한 제품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해요. 마니아적 요소를 지닌 술이 심심찮게 시장에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이걸로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에요. 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에 와인이나 사케와 같이 합의된 체계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술을 만드는 세대와 소비하는 세대가 모두 젊어지면서 점차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니 이러한 활력이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2대 김용세 회장의 손

양조장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제 이후 세대에도 양조장과 이 사업체가 계속해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체험 프로그램에 더 신경을 쓰는 것도 있지요. 관광업과 연계되는 일이니까요. 단순 제조업은 일반적으로 20~30년 주기로 흥망 사이클을 보인다고 하지만,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며 관광 사업으로도 꾸준히 연계해 나가면 더욱 오랫동안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양조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총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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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만

    신평양조 첨가물 되게 잘써서 현대적인 양조장인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역사가 깊네요 세대변화를 겪으면서 의견차이가 적은게 정말 대단합니다 2022-09-09 13:31:34

  • 술류시인

    손에 스토리가 다 담겨있네요 뭔가 뭉클 2022-12-05 16: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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