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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술도가> 김두수, 이재희 대표

백술닷컴


 

 

양조는 어떻게 보면 예술과 엇비슷해요. 정성과 노력, 시간을 들여 작자의 의도를 담아내는 과정이니까요. 결과물을 두고 각기 다른 감상과 해석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또, 예술이든 그냥 술이든 인간을 취하게 만드는 힘을 갖지요.
문경 희양산 자락에 자리한 두술도가는 양조와 예술을 한 데 잘 엮어내는 생산자예요. 독자적인 방식으로 빚어낸 술과 독특한 라벨 디자인으로 한 잔 술에 예술을 더하는 곳. 두술도가의 김두수, 이재희 대표 내외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양조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궁금해요.

 

뜻한 바가 있어 17년 전에 문경으로 귀농했어요. 내려와서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분들과 함께 유기농법으로 벼농사를 처음 지어봤고요. 그런데 열심히 쌀을 재배해 수확해도 잘 팔리지 않는 거예요. 건강에 좋고 맛있는 쌀이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다 이 쌀로 술을 담그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기관에서 양조를 배우지는 않았어도 책과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열심히 술 빚기 공부를 했어요. 2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남들이 10년 걸릴 만한 분량의 실험을 다양하게, 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금씩 변화를 주고 누룩의 조건을 달리해보기도 하면서 포인트를 잡아나갔어요. 그러다 자신감이 생겨 3년 전에 이곳 가은아자개장터에 양조장을 차리게 되었지요.  

두술도가에서 만드는 술을 소개해 주세요.

 

먼저 ‘희양산막걸리’가 있습니다. 알코올도수 9도와 15도 두 종류가 있고요. 단독으로 마실 때는 15도, 음식에 곁들여 먹으려면 9도가 좋아요. 9도는 자기주장이 세지 않아서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려요. 맵고 짠 음식에 특히 잘 맞아요. 치즈와도 궁합이 좋고.
또 재작년부터 출시한 ‘오!미자씨’가 있습니다. 직접 착즙한 생 오미자 과즙을 넣은 제품인데요. 문경이 오미자의 주산지이기도 하고, 그 맛이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데 착안하여 개발하였습니다.  오!미자씨에는 곁들여 먹을 음식이 꽤 많아요. 샐러드나 회는 물론 고기 요리와도 잘 맞습니다. 상큼한 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때문이죠.

 


 

 

이미 ‘두술도가 마니아’들이 많아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맛 측면에서 보자면,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드라이한 맛 때문이 아닐까 해요. 저희 술은 드라이하지만 단맛이 숨어있거든요. 처음 입에 들어가면 상큼한 신맛이 느껴지고, 그 다음으로 입 안에 머물면서 단맛이 나다가 마지막에 쌉싸름한 맛으로 이어지지요. 이렇게 세 가지 맛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좋아해주시지 않나 싶어요.

‘오!미자씨’ 출시 때도 얼마 안 돼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지요.

 

네. 전반적으로 젊은 층의 수요에 부합했던 것 같아요. 우선 텁텁하지 않은 시원한 맛과 상큼한 과일처럼 신선한 특징이 요즘 세대 입맛에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해요. ‘인스타 감성’에 맞는 제품 색깔과 라벨 디자인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고. 사진 찍으면 예쁘게 잘 나오거든요. 재미있는 네이밍 역시 흥미를 끈 요소였을 거예요.
반응이 갑작스레 커지다 보니, 처음에는 제대로 수요를 맞추지 못했어요. 당초 5개월은 팔 수 있을 거라 예측해서 준비했는데 한 달 만에 완판이 된 거예요. 당시에는 양조 공간이 넓지 않아서 많이 만들기도 어려웠고요. 올해는 생산 공간을 확장해서 공급이 좀 더 수월할 거예요.

변신을 거듭하는 독특한 라벨 디자인으로 유명해요. 어떤 철학이 담겨 있나요?

 

제품 라벨을 전시회처럼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한 동네 사는 전미화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아이디어예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그림이 괜찮으면 라벨에 넣어 대중에게 소개하는 형식이죠. 그 뒤로 여러 종류의 라벨이 나오게 됐어요. 반응도 꽤 좋았고요.
라벨을 매번 교체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는 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뜻깊은 제의도 오고 하니 고마운 마음으로 계속 하게 되네요. 라벨 선정 과정에서 생각보다 작가와 소통을 많이 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의미를 조금 더 담은 라벨을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예술성이 높은 그림을 싣거나, 만평을 넣는다거나.

 


 

얼마 전에 베를린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베를린에서 열린 ‘딜리셔스 코리안 위크’라는 축제에 다녀왔어요. 주최측에서 한국 음식의 하나로 한국 술을 소개해달라고 보낸 요청을 받아들여 가게 되었죠. 가서 직접 술 소개도 하고 마켓에도 나가보고 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은 거예요. 한국에서 난 쌀로 만든 술이라고 하니까 더욱 더요. 서양에서는 건강을 위해 밀가루를 대신할 작물로 쌀에 주목하고 있거든요. 우리 술이 달지 않고 약간 드라이하니까 반응이 더 좋았고요.
올 가을에 다시 독일에 가려 하고 있어요.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푸드 박람회에 참여할 겸 해서요. 상황이 잘 풀려 우리 술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해요. K팝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가 많이 전파되고 있지만 한국 술은 외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우리술 문화에 대한 대외적인 인식을 좀 높일 필요가 있다 생각해요. 한국에도 맛있고 좋은 술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거지요.  

 

처음 전통주를 접하는 2030, MZ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통주나 막걸리가 고루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술을 접해봤으면 합니다. 다양한 경험은 우리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편견 없이 여러 가지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술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 같아요. 전통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젊고 유연한 사고를 적용해 주면 좋겠습니다.

 


 

총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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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타중독

    꺄아아아아ㅏ아아아아 두술도가 저도 가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22-05-25 18:04:03

  • 막사

    오미자씨!! 사랑해요! 2022-12-05 16:30:43

  • 프리블루

    희양산 막걸리 맛있었는데, 오 미자씨도 궁굼하네요. 2024-03-26 19: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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