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발효 쪽에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향과 맛이 서로 다른, 다양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잖아요. 이런 것들이 너무 즐거웠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어떻게 하면 상업화를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내내 고민했을 정도로요. 그러다 막걸리에 맥주 공법을 접목시켜 젊은 분들, 그리고 탄산에 친숙한 분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자 해서 동강주조를 열게 됐습니다.

영월에서 양조장을 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영월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이에요. 이곳의 농산물을 잘 알고 있다는 이점이 있었지요. 또, 맥주같은 막걸리를 만드는 데에 영월의 물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맥주 중에서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라거 맥주의 원형이 되는 술이 있는데요. 이 맥주는 석회 지대에서 나는 용수로 만들어요. 그런데 여기 영월과 제천 지역도 마침 석회 지대입니다. 이 수질을 잘 활용하면 이제 필스너가 가진 튀는 듯 씁쓸하고 텁텁한 캐릭터를 구현해 낼 수 있어요. 이렇게 해서 저희 제품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통주에 맥주발효공법을 적용할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저는 맥주 양조장 엔지니어로 일했어요. 자연스럽게 맥주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전통주는 어느 교육기관에서 배운 게 아니라 독학으로 익히다 보니 막걸리 양조를 한층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맥주 기술을 익히기 이전부터 농축기술이든지 식품배합기술 같은 것들을 좀 익혀 두었기에 새로운 시각으로 술 빚기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얼떨결에’라는 제품명이 재미있어요. 

마실 음료를 찾을 때 꼭 뭘 마셔야 되겠다 생각하고 냉장고 문을 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예요. 냉장고를 열어서 무의식적으로 콜라든 주스든 평상시에 손이 가는 걸 찾아서 마시게 되죠. 음용성이 좋아서 우연하게, 무의식적으로, ‘얼떨결에’ 찾을 수 있는 그런 제품이 되자는 뜻을 이름에 담았습니다. 저절로 손이 가는 제품, 눈에 띄는 제품이 되자는 의미지요.

동강주조의 술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얼떨결에’ 막걸리는 민트, 퍼플, 옐로 세 가지가 있습니다. 민트는 상큼한 배 향과 요거트의 맛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는 가볍고 깔끔한 제품입니다. 두 번째는 퍼플인데요. 민트에 비해서 탄산이 적고 새콤달콤한 과일 맛과 향을 더 가진 막걸리예요. 영월 캠벨 포도와 무농약 쌀, 찰보리쌀로 만듭니다. 보리쌀이 들어가면 질감이 생기는 효과를 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옐로는 영월의 옥수수와 좁쌀이 들어간 제품입니다. 탄산이 강하고 산미가 살짝 있는 제품으로 보시면 됩니다. 비스킷이나 미숫가루, 견과류에서 느낄 수 있는 구수함을 느낄 수 있어요.

후속 상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는데, 또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지요? 

한 스무 가지 정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그 중 여덟 가지를 제품화하여 이미 개발 완료했습니다. 혼자서 일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서서히 하나씩 출시하고 있어요. 새 제품에 대해 한 가지 귀띔한다면 영월 사과를 이용한 사과 막걸리라는 것 정도. 나머지는 비밀에 부쳐둘게요. 또, 막걸리 이외에 스파클링 약주와 청주도 개발해볼 계획이 있어요.

스파클링이 아닌 제품을 개발할 계획도 있나요?

첨가물 없이 쌀, 누룩, 물로만 만드는 막걸리 정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직은 기존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계획이 자꾸 미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