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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홍로> 이기숙 명인

백술닷컴


명인은 의연했습니다. 오랜 시간 풍파에 노출되어 두터워진 삶의 외피가 느껴졌지요. 돌아가신 이경찬 선생이 복원해 낸 전통 술, 감홍로를 이어 만드는 차녀 이기숙 명인의 이야기입니다. 주저 없이 꺼내 놓는 명인의 또렷한 생산 철학에서, 감홍로의 현재와 미래를 엿봤습니다.

“전통이란 선대가 먼저 지나간 길을 계속해서 걷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감홍로는 어떤 술인가요?

 

감홍로는 따뜻한 기운을 가진 약재로 만든 술이에요. 우리 땅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술을 선친께서 복원해 내셨죠. 사실 술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열을 바깥으로 내고 장을 차갑게 만드니 몸에 좋기가 어려워요. 그럼에도 우리 농산물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술을 만들어 보자는 뜻을 가지고 감홍로를 빚고 있어요. 감홍로가 가진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키면서요. 

대를 이어 명인 칭호를 받고 감홍로를 만들고 계신데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처음에는 경제적으로도 부침이 있었고, 이런저런 유혹도 많았어요. 지금 형태의 감홍로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물을 타 볼까, 탁주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도 ‘아버지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면서 퍼뜩 정신을 차렸죠. 내가 감홍로의 맥을 똑바로 잇지 않으면 그간 지켜왔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지금은 감홍로라는 술이 가진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 소중한 유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감홍로, 어떻게 마시는 게 가장 좋을까요?

 

그대로 마시기 어려울 때는 감홍로와 뜨거운 물을 1:3 비율로 섞어 차처럼 마시면 좋아요. 그렇지만 술을 즐기는 방식에 정답은 없어요. 어떻게든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로 마시면 돼요. 얼음을 넣어 먹든 토닉워터를 타 마시든. 제 방식대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어야 최고의 술인 거지요.

감홍로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기를 바라시나요?

 

술에 진탕 취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어요. 즐겨야 하는 시대지요. 감홍로가 됐든 다른 술이 됐든, 차분한 마음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성교육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술에 대한 교육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마시면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봐요.

전통주에 관심을 갖는 20~30대 젊은 세대가 늘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류박람회 같은 전시회장에 나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시간이 흘러가고 있고,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감홍로는 세상에 나올 일 없이 우리 식구만 알았던 술인데, 어느덧 세월이 지나서 이렇게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알릴 수 있게 돼 좋아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소소하게 인스타그램 채널도 운영을 하고 있어요.

양조가로서 궁극적인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당장은 아니지만, 내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처럼 나도 자식들에게 감홍로를 물려주고 싶어요. 전통을 잇는 거지요. 전통이란 선대가 먼저 지나간 길을 계속해서 걷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내가 걸어온 길을 남들이 또 걸어 주면 의미가 생기는 것이고요.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전까지 남편과 나는, 앞으로도 목숨을 바치는 각오로 감홍로를 만들어 낼 거예요. 명이 다 하는 날까지. 이게 나의 목표고 꿈이에요. 

 



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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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

    와.. 마지막 문구 너무 멋있네요 2022-12-05 16: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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